지난 2월 어느 날. 구정을 앞두고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와 출입기자단이 오찬을 하는 자리였다. 60대 후반의 한 건설사 CEO 복장에 눈길이 머물렀다. 낡은 청바지에 경쾌한 니트. '스타일리시 한 분이네.'

그 건설인이 서린건설㈜ 박만일 대표였다.

박 대표가 건설업에 뛰어든 건 30대 초반이던 1984년. 13살 많은 형님과 동업했다. 부산공업전문학교 토목과 졸업 후 토목 단종면허를 딴 게 바탕이 됐다. 그러다 1991년 각자 길을 걸으며 박 대표는 서린건설을 세웠고 상가와 오피스텔 시공으로 회사를 키웠다. 덩치 큰 공사는 아니었지만 회사의 큰 자산이었다.

아파트 시공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다른 주택건설사의 시공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해 서린건설이 시행·시공한 첫 작품이 나왔다.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 분양한 '송도 서린 엘마르' 200세대다. 자체 브랜드명은 엘마르. 스페인어로 큰 바다란다. 새 항해를 알리는 서린건설의 포부가 담긴 이름이다.

'송도 서린 엘마르'는 박 대표가 추구하는 아파트상이 담겼다. 3중 강화유리, 25㎝ 두께의 바닥 콘크리트, 서민 아파트로선 드문 단열재. 층간 소음을 차단하고 바닷바람을 고려한 조치였다. 돈이 더 들었지만 그렇게 해야 성에 찼다. "시공 실적이 미약하니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젊은 층의 욕구를 한참 고민했죠. 서민 아파트지만 자재와 평면과 인테리어가 남부럽지 않은 집을 짓자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결과도 좋았다. 완판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동구 쪽에 뒀다. 이르면 초여름에 분양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소비자 입장을 자주 언급했다. 직원에게 주문하는 말도 그 연장선에 있다. '우리에겐 수많은 집 중 한 채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첫 집일지 모른다.' 해서 원가 절감하고 이익 많이 내라는 지시는 하지 않는다.

디벨로퍼(developer) 정신. 박 대표가 부쩍 마음에 두는 말이다. 건설업 환경이 갈수록 팍팍하니 새 수익모델을 끊임없이 고민하자는 뜻이다. 앉아서 수주하던 호시절에 연연하지 말자는 얘기다. "역량 키워 바깥에서 파이를 가져오는 게 중요합니다." 건설사 자구 노력과 함께 건설업을 생산적인 산업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전환을 호소했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부회장이자 사회공헌위원장인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부산대 어린이병원 후원회장을 맡았다. 지인이 제안해 흔쾌히 승낙했단다. "사회공헌위원장을 하다 보니 공동체와 교감하는 일에 관심이 쏠리더군요." 후원회는 9명으로 출발해 벌써 25명이 됐다.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좋은 일은 사람이 많은 수록 더 좋다.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었으면. 취업난에 빠진 젊은이들이 그래도 꿈을 꾸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지엽적인 데 매달리기보다 큰 그림을 그렸으면…. 박 대표는 참 많은 바람을 간직했다.

2015-03-26 [21:06:00] | 수정시간: 2015-03-26 [21:06:00] | 17면

글·사진=임태섭 기자